케이부동산뉴스 김교민 기자 | 대한민국 현대 정치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정책 영역이 아니었다.
집값과 땅값의 흐름은 곧 민심의 흐름이었고, 그 결과는 선거로 이어졌다.
어느 정부도 부동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가격이 급등하면 정권은 흔들렸고, 체감 안정에 실패하면 민심은 돌아섰다. 부동산은 반복적으로 권력을 바꿔온 가장 강력한 변수였다.
① 균형발전의 역설… 참여정부와 토지 상승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혁신도시 조성, 행정중심복합도시 추진 등 국토 구조 재편이 본격화됐다. 정책의 방향성은 분명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을 살리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개발 계획이 발표되자 이전 대상 지역과 인접 지역에서는 기대 심리가 빠르게 형성됐다. 인구 유입과 상업 수요 증가에 대한 전망이 토지 가격에 선반영되면서 일부 지역은 투기 과열 양상을 보였다.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 전략이 아이러니하게도 토지 시장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참여정부 후반기로 갈수록 종합부동산세 강화, 대출 규제, 분양가 규제 등 강도 높은 대책이 이어졌지만 시장은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는 기대 심리로 반응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과 전국 토지가격은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정책 의지와 시장 심리가 엇갈린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② 공급·완화 전환과 금융위기… 안정 국면을 맞은 이명박 정부
이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 기조가 전면에 섰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공공주택 공급 확대가 추진됐고, 시장 정상화를 통한 안정 유도가 핵심 전략이었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 충격이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은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아파트 시장은 비교적 안정 흐름을 보였고, 토지 가격 상승세도 완만해졌다. 정책 효과와 거시경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지만, 주택과 토지 가격이 동시에 급등하지 않았던 시기로 평가받는다.
부동산이 정권을 흔들지 않았던 드문 시기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도 적지 않았다.
③ 규제 강화의 역풍… 문재인 정부와 가격 폭등
문재인 정부 시기 부동산 시장은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다주택자 중과세 강화, 대출 규제 확대, 분양가 규제, 임대차 3법 도입 등 강도 높은 정책이 연이어 시행됐다.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급등했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매물은 줄었고,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됐다. “지금 아니면 영영 못 산다”는 공포 심리가 실수요자까지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자산 격차는 빠르게 벌어졌고, 청년층은 내 집 마련의 사다리가 사라졌다는 박탈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부담 증가로 이른바 ‘보유세 폭탄’ 논란이 확산되면서 조세 저항 정서도 커졌다. 부동산 문제는 전 세대적 분노의 촉매가 되었고, 결국 정권 심판론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부동산은 정책 실패 논쟁을 넘어 정권 교체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④ 체감 안정의 간극… 윤석열 정부의 한계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규제 완화와 시장 정상화를 내세웠다. 분양가 상한제 완화, 재건축 규제 완화, 세제 조정 등이 추진됐다. 공급 확대를 통해 가격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고금리와 경기 둔화라는 거시경제 변수 속에서 거래 절벽이 나타났고,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 조정이 이뤄졌지만 국민이 기대했던 수준의 ‘확실한 안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무주택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집값이 충분히 떨어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살 수도 없는 시장”이라는 불만이 확산됐다.
규제 완화의 방향성에는 공감이 있었지만 체감 안정으로 연결되지 못한 간극은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 반복된 교훈
정권별 흐름을 돌아보면 하나의 공통된 교훈이 드러난다. 부동산 가격 급등은 정권에 치명적이며, 체감 가능한 안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지 기반은 빠르게 약화된다는 점이다.
부동산 정책은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공급, 금융, 세제, 시장 심리를 동시에 조율해야 하는 복합 영역이다. 어느 한 축이라도 어긋나면 정책은 엇박자를 낸다.
결국 부동산은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갈등과 자산 불평등, 지역 격차, 국가 성장 전략이 응축된 구조적 사안이다. 그래서 부동산은 언제나 권력의 시험대였다.
다음 편에서는 토지와 아파트를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삼은 이재명 정부의 선택이 어떤 정치적·경제적 파장을 낳을지 살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