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소통'으로 '내 삶을 바꾸는 지방자치' 실현

2025 새빛만남 ‘수원, 마음을 듣다’…3개월간 44개 동 경청 행정

 

케이부동산뉴스 김교민 기자 | 한자 ‘기울 경(傾)’자와 ‘들을 청(聽)’자를 합한 단어 ‘경청(傾聽)’은 ‘귀를 기울여 들음’을 뜻한다.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시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온 수원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다. 수원시는 올해 역시 시민과의 유대감을 높이고 신뢰를 얻는 출발점을 경청으로 삼고 시민들을 만났다. 3개월의 여정을 마무리한 2025 새빛만남의 발자취를 확인해 본다.

 

◇수원시, 시민의 마음을 경청하다

 

지난 12월4일 오전 10시 매탄4동 행정복지센터 4층 강당에 100여명의 주민들이 모였다. 지난 9월 순회를 시작한 수원 새빛만남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시민의 말씀이 수원의 방향이자 미래입니다”라는 서두로 새빛만남의 취지를 설명했다.

 

2025 새빛만남은 시작부터 차별점이 드러났다. 주요 기관장과 인사들을 순서대로 호명하는 여느 행사의 내빈 소개와 달리 매탄4동 경로당협의회 회장이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이어 지역을 대표하는 수원시의원과 동 단체장, 주요 기관장, 학부모단체, 상인회, 봉사단체, 공동주택단지 대표 등이 차례로 인사를 했다. 동네 어르신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새빛만남의 진심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타운홀미팅 방식으로 진행된 주민 간담회는 동네 반상회와 다르지 않을 정도로 친근했다. 생활 속 불편부터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인근 축구장의 조명과 인조잔디를 교체해 달라는 생활 인프라 개선 요청부터 학교 주변 금연구역 계도 활동과 통학을 위한 버스 노선 확충 요청까지 광범위한 주제가 펼쳐졌다. 의견과 건의사항에 대한 논의는 이웃간 편안한 대화처럼 자연스럽고 자유로웠다.

 

이 자리에서 한 주민이 가로수 잎이 커서 햇빛이 잘 들지 않고, 낙엽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니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수원시는 잎이 커서 불편할 수 있으나 반면에 탄소저감 효과가 크다는 장점을 설명했다.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아보겠지만 나무와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점에 이해를 구했다. 건의했던 주민은 “가로수를 교체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그래도 마음껏 이야기하고 알기 쉽게 답해주니 속이 시원하다”라고 말했다. 행정과 주민이 새빛만남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숫자로 기록하는 ‘2025 새빛만남’

 

수원시는 시민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새빛만남을 지속적으로 운영했다. 지난 2022년 이후 구별, 권역별, 동별 만남으로 확대하며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을 더했다. 특히 올해 새빛만남은 단순한 경청을 넘어 마음을 듣는 지방행정의 진심이 기록된 숫자들은 다음과 같다.

 

▲44개 동 : 44개 행정동으로 이뤄진 수원시는 44개 모든 동에서 새빛만남을 개최했다. 매교동을 첫 주자로 시작된 새빛만남은 매탄4동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다만, 개최 횟수는 43회다. 정자2동과 정자3동이 함께 모여 동시에 진행했기 때문이다.

 

▲88일 릴레이 : 2025 새빛만남의 시작은 지난 9월8일이다. 마지막 새빛만남은 12월4일로 총 88일 동안 만남이 이어졌다. 이틀에 한 번은 새빛만남 행사로 주민들의 마음을 듣고자 노력한 셈이다. 회당 평균 2시간이 소요된 점을 감안하면 총 만남 시간은 86시간으로 추산할 수 있다.

 

▲5000명 참석자 : 수원시와의 소통을 위해 새빛만남에 참석한 주민 수는 5000명에 달한다. 동별로 100~120명의 주민이 참석했다. 기존 주민 행사에 주로 참석하던 단체원 중심 구성을 벗어나 소상공인, 상인회, 초‧중‧고‧대학생, 학부모, 다문화가족, 동호회, 국가유공자, 종교단체 등 다양한 주민들이 참석해 각자의 의견을 가감 없이 전했다.

 

▲468건 주민 건의 : 다양한 주민들이 새빛만남에서 제시한 의견은 총 468건으로 집계됐다. 평균적으로 한 동에서 10개 이상의 주민 건의가 발표됐다. 수원시는 건의 사항을 처리하는 과정에도 진심을 담았다. 현장 확인과 이후 처리 과정을 지속적으로 안내해 의견을 제시한 시민이 만족하는 행정의 과정을 만들어냈다.

 

◇수원판 즉문즉답, 각본 없는 현장 행정

 

2025 새빛만남은 특별한 점이 많았다. 누구나 자유로운 발언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궁금증에 대한 시원한 답변을 얻고, 안 되는 일은 안 된다는 솔직함과 단호함까지 매력 포인트를 만들었다.

 

올해 수원시가 진행한 새빛만남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정해진 시나리오다. 질의자를 미리 정하지 않고 모든 주민에게 마이크를 열어뒀다. 현장에서 거수한 순서대로 질문의 기회가 주어졌고, 격의 없는 의견이 오갔다.

 

새빛만남은 민감한 사안을 정면 돌파하고자 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주민간 의견이 첨예하게 달라 민감한 현안 관련 주민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고등동, 지동 등 정비사업 예정구역간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누구나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나누고 견해차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요 간부 공무원들을 참석시켜 즉문즉답으로 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효과도 컸다. 단순히 의견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관 부서의 장으로부터 상황 파악과 현장 방문 및 처리 기한을 약속받는 책임행정을 구현했다. 대충 답변하는 것보다 기한을 정해 파악한 뒤 소상히 보고하는 것으로 시민의 신뢰를 얻는 정공법을 택했다.

 

특히 솔직함과 단호함은 새빛만남의 신뢰를 더욱 높였다. 역명에 대한 의견이 대표적이다. 기존 역명에 지역 명칭을 추가해 달라거나 새로 생기는 역사 명칭을 정할 때 인근 지역을 포함시켜 달라는 내용이 해당한다. 수원시는 이미 정해진 역명을 바꾸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다시 공론화하기는 어렵다고 명확하게 설명함으로써 주민들을 설득했다. 그뿐만 아니라 공영주차장 설치, 버스노선 확충 및 변경, 새빛돌봄 요양보호사 자격 요건 완화 등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안 된다”고 확실하게 답변했다.

 

◇빠르고 정확하게! ‘진심이 통(通)했다’

 

수원시 2025 새빛만남은 수원시정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시민을 위한 지방 행정의 출발점임을 확인했으며, 시민을 시정의 공동설계자로 인정하면서 ‘마음을 듣는 리더십’을 발현한 것이다.

 

율천동 새빛만남에서는 한 지역아동센터장이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이 체험활동을 할 때 차량 지원이 가능한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수원시는 시와 각 구에서 보유하고 있는 대형 차량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64개 지역아동센터가 모두 공공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자 차량 운행일정을 미리 파악한 뒤 지역아동센터에 미리 안내하는 방안 등을 모색했다. 관련 부서와의 협의가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지원 가능할 전망이다.

 

10월1일 진행된 조원1동 새빛만남은 영화초등학교 인근 횡단보도 위치를 변경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새빛만남에 참석했던 영화초 교장이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사거리에 있는 횡단보도 이동을 요청하면서다. 경찰서 소관 사항이지만 수원시와 장안구청이 주민의 의견에 따라 발빠르게 심의를 신청하고 11월 말 이전을 완료할 수 있었다.

 

영통1동에서 한 주민이 제안한 무인도서대출기 설치도 새빛만남을 통해 빠른 처리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인 영통도서관이 재개관하기 전까지 도서를 대출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무인도서대출기를 설치해 달라는 주민 건의가 10월21일 새빛만남에서 나왔고, 수원시는 즉시 책나루 스마트도서관 구축을 위한 현장방문을 2회에 걸쳐 진행했다. 또 내년도 본예산에 이를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4~5군데 후보지 중 적정지를 검토하고 있어 내년 상반기 중 책나루 스마트 도서관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수원시는 새빛만남에서 나온 건의사항의 경우 별도로 관리카드를 작성해 관리하고 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3개월간 44개 동 주민들께서 각기 다른 고민과 희망을 들려주신 덕분에 행정의 방향이 명확해졌다”며 “새빛만남에서 주신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 시정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