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와 풍속] 8일 오늘은 찬이슬 맺히는 ‘한로(寒露)’… 가을이 깊어지는 소리](http://www.kkmnews.com/data/photos/20251041/art_17598755527071_eff00b.jpg?iqs=0.8388028741736107)
케이부동산뉴스 김교민 기자 | 24절기 가운데 열일곱 번째 절기인 ‘한로(寒露)’는 말 그대로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다.
양력으로는 10월 8~9일경, 태양의 황경이 195도에 이르며 음력으로는 9월 절기에 해당한다. 공기가 차츰 선선해지면서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기 직전의 때이기도 하다.
한로 무렵은 가을 농사 마무리의 절정기다. 논밭에서는 벼와 곡식이 영글어 추수의 손길이 바쁘고, 과수원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히 익는다.
옛 기록 『고려사(高麗史)』 「지(志)」에는 “한로는 9월의 절기이며, 초후에는 기러기가 오고, 차후에는 참새가 물속에 들어가 조개가 되며, 말후에는 국화가 누렇게 핀다”는 구절이 전해진다.
이는 중국의 기록과도 유사해, 예로부터 한로를 ‘찬 기운이 서려 단풍이 붉게 물드는 때’로 여겼음을 보여준다.
한로 즈음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떠나고 기러기가 북쪽에서 남하한다.
여름과 겨울의 새가 교차하는 시기인 셈이다.
그래서 ‘한로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으로 간다’는 속담이 생겼고, ‘가을 곡식은 찬이슬에 영근다’는 말처럼 한로는 가을 수확의 완성기를 알린다.
한로는 음력 9월 9일 중양절(重陽節)과 시기가 비슷해 예로부터 두 절기의 풍속이 함께 전해졌다.
중양절에는 잡귀를 막기 위해 머리에 수유(茱萸) 열매를 꽂고 높은 산에 올라 고향을 바라보거나 시를 읊는 풍습이 있었다. 붉은빛 수유열매는 ‘양(陽)의 기운’을 상징해 재앙을 막는 벽사(辟邪)의 의미를 지닌다.
한로와 상강 무렵, 서민들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추어탕(鰍魚湯)을 즐겼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미꾸라지가 양기(陽氣)를 돋우고 원기를 보강한다고 기록돼 있다.
가을에 살이 오르고 누렇게 빛나는 미꾸라지는 ‘가을 고기’라 불리며 예로부터 보양식으로 사랑받았다.
전통 농경사회에서 24절기는 농사 시기와 자연의 변화를 읽는 달력이었다.
음력 날짜가 윤달로 달라질 수 있는 데 비해, 절기는 태양의 위치로 정해져 계절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줬다.
그래서 “철을 안다”는 말은 단순히 때를 아는 것을 넘어 농부의 성숙함과 삶의 지혜를 뜻했다.
찬이슬이 맺히는 한로가 지나면 가을은 점점 깊어진다.
논과 밭은 풍요로 물들고, 들녘의 바람은 서늘해진다.
한로의 아침, 이슬은 말없이 가르친다. 서두르지 말라, 지금은 수확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