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MNEWS 김교민 기자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첫 공개 월간회의에서 직접 칭찬한 정책 성과가 있다.
비가 오거나 야간에 잘 보이지 않는 도로 차선을 개선하기 위해 경기도건설본부가 마련한 ‘경기도형 차선 도색 시공기준’이다.
시작은 비 오는 날 도로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불편이었다. 추 지사는 비가 오는 날 경기도에 진입하면서 차선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경험을 언급하며 개선방안이 있는지 물었다.
관련기사: [종합] 추미애 경기도지사, 소통 강화 ‘월간회의’ 전면 공개… ‘재정난’ 정면 돌파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2026.9.22.) 케이부동산뉴스
건설본부의 대응은 단순히 더 비싼 재료를 쓰는 것이 아니었다. 기존 차선도색 기준과 현장 시공방식을 다시 들여다보고 시공업체와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이어 도료와 유리알, 살포량과 시공방법 등 조건을 달리해 시범 도색하고 재귀반사성능을 측정·비교했다.
그 과정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가격이 약 4배 비싼 굴절률 1.9 유리알을 혼합한 조건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굴절률 1.7 유리알을 단일 적용한 조건에서 오히려 높은 반사성능이 확인됐다. 시험시공에서 측정된 재귀반사성능은 약 847mcd/㎡·lx였다.
경기도는 현장 실증 결과를 토대로 재료와 시공방법을 구체화하고 최소 반사성능 기준을 대폭 높인 새로운 시공기준을 마련했다.
경기도일간기자단은 첫 공개 월간회의에서 주요 성과로 소개된 차선 시인성 개선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정책과 시공기준으로 만들어졌는지 박재영 경기도건설본부장에게 들었다.
◆ 비 오는 날 ‘안 보이는 차선’… 원인부터 다시 들여다봤다
박재영 본부장은 이번 개선의 출발점을 ‘원인 확인’이라고 설명했다.
지사의 문제 제기를 받고 곧바로 특정 자재나 공법을 선택하기보다 기존 차선도색 기준과 현장에서 실제 적용되는 시공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봤다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건설본부는 먼저 차선이 안 보이는 원인을 찾고자 했다”며 “실제 최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업계 관계자와 국토부 차선 유지관리 매뉴얼 작성에 참여했던 연구원의 의견을 듣고 도료의 문제인지, 유리알의 문제인지, 시공방법과 품질관리의 문제인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차선의 시인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가 재귀반사성능이다.
차선에 사용되는 미세한 유리알은 자동차 전조등에서 나온 빛을 운전자 방향으로 되돌려 보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비가 내려 노면에 수막이 형성되고 유리알이 물에 잠기면 빛이 다른 방향으로 분산되면서 차선의 시인성이 떨어질 수 있다.
차량이 반복적으로 통행하면서 유리알이 떨어져 나가거나 차선 자체가 노후화되는 것도 반사성능 저하의 원인이다.
경기도는 시공 1년 후 재귀반사성능을 확인하는 것에 더해 시공 6개월 후에도 성능을 점검하는 품질보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기존 관리체계를 다시 살펴보는 과정에서 최소 반사성능 기준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업체 부담에도 반사성능 기준 상향… 조건 바꿔가며 시범 도색
기준을 높이는 과정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차선에 좋은 도료와 유리알을 사용하면 초기 반사성능을 높일 수 있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차량 통행량과 노면 상태 등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 시공업체 입장에서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도 높아진 최소 성능을 충족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박 본부장은 “최소 재귀반사성능 기준을 상향하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이 지나가면 유리알이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고 통행 여건에 따라 차선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도색업체에서는 최소 기준을 상향하는 데 많은 부담감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건설본부는 업체·전문가와 논의를 거쳐 기준 강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다양한 조건으로 시범 도색에 들어갔다.
도료와 유리알의 종류뿐 아니라 살포량과 시공방법 등을 달리하고 실제 재귀반사성능을 측정해 결과를 비교했다.
단순히 재료의 규격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합에서 실제 성능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실증이었다.
◆ 4배 비싼 1.9보다 1.7에서 높은 성능… 예상 뒤집은 실증 결과
실증 과정에서 건설본부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굴절률 1.9의 고가 유리알을 혼합한 조건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굴절률 1.7 유리알을 단일 사용한 조건에서 더 높은 재귀반사성능이 나타난 것이다.
굴절률 1.7 유리알을 단일 적용한 시험시공에서는 약 847mcd/㎡·lx가 측정돼 비교 조건 가운데 가장 높은 성능을 보였다.
박 본부장은 “이론과 실제가 반드시 동일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실증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설본부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1.9 유리알이 도료 속으로 깊게 박히는 ‘과묻힘(excessive embedment)’ 현상이나, 무게가 다른 유리알이 균일하게 섞이지 않고 특정 구간에 몰리면서 서로 빛을 가리는 ‘그림자 효과(shadowing effect)’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본부장은 “결국 개별 재료의 사양보다는 도료·유리알·살포량·시공방법의 조합이 중요하다는 점을 현장에서 확인한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백색 240→500·황색 150→300… ‘경기도형 시공기준’으로
현장 실증은 새로운 시공기준으로 이어졌다.
경기도건설본부는 전문가 의견과 시범 도색 결과를 토대로 도료 등급과 유리알 종류, 살포량 등을 유형별로 구체화했다. 유리알 시공방법도 분사식(drop-in)으로 명시했다.
특히 도색 직후 최소 재귀반사성능 기준을 크게 높였다.
영구차선의 경우 백색은 기존 240mcd/㎡·lx에서 500mcd/㎡·lx로, 황색은 150mcd/㎡·lx에서 300mcd/㎡·lx로 상향했다.
단순히 고가의 재료를 사용해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 실증을 통해 확인된 재료와 시공방법의 조합을 기준에 반영했다는 것이 건설본부의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재료와 시공기준을 구체화해 유형별 맞춤형 시방기준을 마련하고 최소 반사성능 기준을 강화한 것이 기존 기준과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 성능 높였는데 재료비는 낮아졌다… 해당 조건 약 44% 절감
실증 결과는 예산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졌다.
고가의 1.9 유리알을 혼합하는 대신 시험에서 높은 성능을 보인 1.7 유리알을 적용할 경우 해당 시공조건을 기준으로 유리알 재료비를 약 44%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전성능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더 비싼 재료를 투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현장 시험을 통해 확인한 셈이다.
다만 박 본부장은 ‘44% 절감’이라는 수치가 확대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해당 시공조건을 기준으로 유리알 재료비만 비교하면 약 44% 절감 효과가 있다”며 “실제 연간 절감액은 유리알 비용뿐 아니라 포장물량과 다른 요소들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 차선도색 공사비나 경기도의 연간 차선도색 예산이 44% 줄어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 재정 어려워도 안전예산은 일률적으로 줄이지 않는다
이번 차선도색 개선은 경기도의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 안전과 예산 효율성을 어떻게 함께 확보할 것인가라는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추 지사 역시 공개 월간회의에서 이번 사례를 언급하며 현장에서 성능을 검증하고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안을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박 본부장은 예산 효율화가 곧 사업비 감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차선도색 사례처럼 필요한 안전성능은 높이면서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행적으로 사용해 온 자재나 공법이라고 해서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실제 현장에서 성능과 비용을 함께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 여건이 어렵다고 모든 사업을 일률적으로 줄이기보다는 시설물 점검이나 도로 상시보수 등 도민 안전과 직결된 예산은 최대한 유지하고 시급히 보수해야 할 공사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가”… 직원들의 질문이 기준을 바꿨다
박 본부장은 이번 개선 과정에서 수치로 나타난 성과 못지않게 직원들의 문제 해결 방식에 의미를 뒀다.
기존 지침에 맞춰 차선을 시공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차선이 보이지 않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원인을 찾았다는 것이다.
담당 직원들은 전문가와 시공업체를 만나 의견을 듣고 직접 시험시공을 진행했다. 이후 조건별 측정값을 비교해 결과를 다시 시공기준에 반영했다.
박 본부장은 “행정에서는 기존 지침과 관행을 따르는 것이 편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기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데이터로 원인을 확인하고 검증된 결과를 다시 제도와 기준에 반영하는 방식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문제 해결 방식이 일회성 사례에 그치지 않고 건설본부의 일하는 방식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초기 성능만으로 결론 안 낸다… 6개월·1년 뒤 다시 측정
경기도형 시공기준 마련이 이번 사업의 끝은 아니다.
현재 개선된 기준은 경기도가 시행하는 도로 유지관리 사업의 설계와 공사에 적용되고 있으며, 도로건설사업도 설계 단계부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확대하고 있다.
건설본부가 앞으로 중점적으로 확인할 부분은 ‘지속성’이다.
시험시공에서 약 847mcd/㎡·lx라는 높은 초기 재귀반사성능이 측정됐더라도 실제 차량이 지속적으로 통행하고 비와 눈 등 다양한 기상조건에 노출된 이후에도 성능이 유지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중요한 것은 시공 직후의 성능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차량이 통행하는 조건에서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재귀반사성능을 다시 측정해 성능 유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기준으로 시공된 차선을 대상으로 6개월, 1년 단위로 반사성능을 측정하고 결과를 분석해 기준의 적정성을 지속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특히 실제 도로의 우천·야간 환경에서 운전자가 체감하는 시인성 개선 효과도 추가로 검증한다.
경기도는 새로운 기준을 31개 시군과 공유하고 장기적으로 시험시공과 현장 데이터를 관계기관에도 제공해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참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 박재영 본부장 “차선 하나, 포트홀 하나가 도민에게는 직접적인 안전문제”
박 본부장이 이번 차선 개선을 통해 강조한 것은 거대한 건설사업이 아닌 일상에서 체감하는 도로행정이다.
그는 “도로행정의 성과는 큰 시설을 새로 만드는 것만으로 평가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도민께서 매일 마주하는 차선 하나, 포트홀 하나, 도로안전시설 하나가 실제 생활에서는 훨씬 직접적인 안전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차선도색 기준 개선도 비 오는 밤에 차선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현장의 문제에서 시작했다”며 “그 문제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원인을 찾고 시험하고 측정한 결과를 다시 기준으로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앞으로 건설본부의 도로행정 방향도 분명히 했다.
“‘기존에 이렇게 해왔으니까’라는 관행보다는 ‘도민에게 실제로 더 안전한가, 예산은 합리적으로 쓰이고 있는가’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안전기준은 높이고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면서 도민께서 실제 도로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도로안전 개선을 지속하겠습니다.”
관련기사: [종합] 추미애 경기도지사, 소통 강화 ‘월간회의’ 전면 공개… ‘재정난’ 정면 돌파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2026.9.22.) 케이부동산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