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국민의힘 경기 당협위원장들 “농민 죄인 만드는 농지법”… 이재명 정부에 “보완 넘어 농촌 현실 반영한 재개정” 촉구

- 8월 28일 개정 농지법 시행 후 농촌 현장 반발… 국민의힘 경기지역 원외 당협위원장 20여 명 공동성명
- “고령·질병·상속농지까지 투기 잣대 안 돼”… 처분명령·25% 이행강제금에 재산권 침해 우려
- 농지 전수조사 1,013만 필지 중 284만 필지 ‘위반 의심’… “영세 임차농까지 피해 가능성”
- 농민 반발에 당정도 제도 보완 착수… 상속·고령농지 구제·특별조치법 제정·농지법 추가 개정 추진
- “농지은행 확대·소명권 보장·임대차·위탁경영 현실화”… 스마트팜·청년농 진입 위한 제도 개선도 요구

 

KKMNEWS 김교민 기자 | 국민의힘 경기지역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지난 8월 28일부터 시행된 개정 농지법과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를 비판하며 농촌 현실을 반영한 농지법 재개정을 촉구했다.

 

농지 투기와 불법 이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고령과 질병 등으로 직접 경작하기 어려운 농민과 상속농지 소유자, 영세 임차농까지 획일적인 처분 대상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농촌 현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21일 당정협의를 열고 투기가 명백한 농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되 상속·고령농지와 관행적 임대차 등은 일률적으로 처분하지 않는 후속대책을 내놨다. 특별조치법 제정과 농지법 추가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경기지역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23일 오전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농지법 개정 관련 성명서’를 발표하고 “농민을 죄인으로 매도하고 농업 발전을 가로막는 농지법을 즉각 재개정하라”고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석 용인병, 박재순 수원무, 유영두 광주갑, 최진학 군포, 이수정 수원정, 한길룡 파주을, 이봉준 수원갑, 이주현 용인정 당협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현장 참석자를 비롯해 경기지역 원외 당협위원장 20명이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 이수정 위원장, 박경리 ‘토지’ 꺼내며 “소유는 인간의 역사와 연결”

 

기자회견에 앞서 이수정 국민의힘 수원정 당협위원장은 박경리 작가의 소설 ‘토지’를 언급하며 농지 문제가 단순한 토지 관리 차원을 넘어 농민의 삶과 재산권에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박 작가가 작품 제목을 ‘토지’로 정한 배경을 설명한 글을 소개하며 “‘토지’라는 말에는 땅 문서와 소유의 관념이 포함돼 있고, 소유는 인간의 역사와 관련돼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로 이 소유의 개념과 연관된 농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공동성명 발표 취지를 밝혔다.

 

 

◆ 한길룡 위원장 “농지 처분·이행강제금… 선량한 농민 보호대책 부족”

 

한길룡 국민의힘 파주을 당협위원장은 성명서 첫머리에서 농지 처분의무와 처분명령, 이행강제금 문제를 꺼내 들었다.

 

한 위원장은 농지 불법 이용과 투기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국민의 재산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시행하려면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출구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농지법은 처분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기간까지 이행하지 않은 경우 해당 농지의 감정가격 또는 개별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25% 이행강제금 자체가 지난 8월 28일 개정 농지법 시행과 함께 새롭게 도입된 것은 아니다. 해당 부과율은 2021년 개정됐으며, 올해 개정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시·도지사까지 처분명령과 이행강제금 집행에 관여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됐다.

 

한 위원장은 이 같은 집행 강화가 충분한 구제책 없이 이뤄질 경우 농민들의 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박재순 위원장 “고령·질병으로 직접 경작 못한다고 투기꾼 취급해서야”

 

박재순 국민의힘 수원무 당협위원장은 고령과 질병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직접 경작하기 어려운 농민들에게 제도가 미칠 영향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박 위원장은 “고령화, 질병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직접 경작할 수 없는 농민까지도 투기꾼으로 획일적인 불이익을 부과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특히 농지를 팔고 싶어도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처분명령과 이행강제금이 반복될 경우 농민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농지 투기와 불법 이용을 단속하는 것과 별개로 고령·질병·상속 등 농민 개개인의 사정을 반영할 수 있는 구제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 고석 위원장 “대리경작·상속농지에 영세 임차농까지 내몰릴 수 있어”

 

고석 국민의힘 용인병 당협위원장은 농촌 고령화와 실제 영농 형태를 제도가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위원장은 “농가 인구의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노령이나 질병으로 불가피하게 다른 사람에게 경작을 맡긴 농민과 대대로 상속농지를 지켜온 농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분명령을 우려한 농지 소유자가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경우 인접 농지를 빌려 경작해 온 영세 임차농까지 경작지를 잃을 수 있다”며 “투기세력과 실제 농민을 구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농지 전수조사는 1996년 1월 1일 이후 취득한 농지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 29일까지 조사 대상의 97%인 132만㏊, 1,013만 필지에 대한 기본조사를 마쳤으며 이 가운데 27.0%인 284만 필지가 소유 제한 위반, 불법 임대차, 불법 전용, 무단 휴경 등의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됐다.

 

이는 확정된 위반 농지가 아니라 행정정보를 토대로 심층 확인이 필요한 대상을 추린 수치다. 정부는 8월부터 현장 확인 중심의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이봉준 위원장 “농지 거래 위축에 가격 하락까지… 25% 이행강제금 부담”

 

이봉준 국민의힘 수원갑 당협위원장은 농지 전수조사와 처분명령 강화가 농지 거래시장에 미칠 영향을 짚었다.

 

이 위원장은 처분 대상 농지가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게 되면 거래 위축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경기도의 경우 공시지가와 감정가격이 높은 지역이 적지 않아 이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이행강제금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농지법상 처분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은 경우 감정가격 또는 개별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의 25%가 이행강제금 부과 기준이 된다.

 

이 위원장은 농지를 처분하라는 명령을 받더라도 실제 시장에서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농지 거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처분과 이행강제금 부과가 농민들의 재산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이주현 위원장 “농지가격 하락하면 지역농협 담보가치도 떨어져… 농촌 금융까지 영향”

 

이주현 국민의힘 용인정 당협위원장은 농지 문제를 지역농협과 농촌 금융시장으로 확장해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농지 전수조사와 처분명령으로 매물이 늘고 농지가격이 하락할 경우 농지를 담보로 대출해 온 농가뿐 아니라 지역농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농지가격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농가의 추가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고, 농지담보대출을 취급하는 지역농협의 건전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농지 투기와 불법 이용을 바로잡는 것과 별개로 농지 처분 확대가 농지가격과 농가부채, 지역농협 등 농촌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또 농지법 위반 신고 포상금 확대가 농촌 공동체 내부의 갈등을 키울 가능성을 제기하고, 농지를 처분하려는 농민들이 실제 매각할 수 있도록 농지은행의 매입 여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수정 위원장 “스마트팜·애그테크 시대인데 소유 중심 규제… 미래농업 진입 가로막아”

 

이수정 위원장은 농지제도를 미래농업과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경기도는 IT와 반도체 인프라를 활용한 스마트팜과 애그테크 등 첨단농업이 성장할 수 있는 지역”이라며 “소유와 직접 경작을 중심으로 한 규제가 민간 혁신자본과 기술, 청년농업인의 진입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지 투기 방지를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더라도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농촌 현실을 외면한 채 평생 땅을 일궈온 농민들을 투기꾼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공동성명의 첫 번째 요구사항으로 농지 전수조사 방식과 처분체계 재검토를 요구했다.

 

고령·질병·상속·재해 등 불가피한 사유가 확인된 농가에 대해서는 처분명령 유예와 이행강제금 감면·면제 등 법적 구제 근거를 마련하고, 제재 위주의 행정보다는 현장 소명과 계도 중심으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유영두 위원장 “농민 소명권 보장하고 농지은행 매입 예산·기준 현실화해야”

 

유영두 국민의힘 광주갑 당협위원장은 농가별 사정을 반영할 수 있는 소명 절차와 농지은행의 역할 확대를 요구했다.

 

유 위원장은 “국가 행정의 권력은 국민을 처벌하고 압박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억울한 피해를 받는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는 데 있다”며 “농가별 특수한 영농 여건과 개별 사정을 정당하게 입증할 수 있는 소명 기회와 현장 실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농지 실태조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농민 피해 현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적극적인 행정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농지은행에 대해서는 지역별 지가 차이와 농촌 현실을 반영해 매입 단가와 관련 예산을 현실화하고, 맹지나 경사지 등도 고령농과 은퇴농의 노후자금 확보를 위해 매입·수탁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최진학 위원장 “경자유전 원칙 지키되 임대차·위탁경영 현실화해야”

 

최진학 국민의힘 군포 당협위원장은 공동성명의 네 번째 요구사항으로 농지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했다.

 

최 위원장은 “헌법이 천명한 경자유전의 원칙은 준수하되 현대적 영농환경에 맞게 재해석하고 농지 임대차와 위탁경영을 현실에 맞게 확대·양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유자만을 옥죄는 규제에서 벗어나 청년농업인과 귀농·귀촌인, 영세 임차농부터 첨단기술을 가진 다양한 주체들이 농지를 임대해 영농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마무리하며 “경기도 농민들의 정당한 재산권과 삶의 터전을 지켜내겠다”며 “농촌 현실에 맞게 농지법이 합리적으로 재개정될 때까지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 농촌 우려 커지자 당정도 후속대책… 특별법·농지법 추가 개정 추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도 농지 전수조사가 본격화된 이후 제기된 농촌 현장의 우려를 반영한 후속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정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협의를 열고 실제 영농 의사 없이 개발이익 등을 노린 명백한 투기와 중대한 불법 전용은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되 상속이나 고령화로 직접 경작하기 어려운 농지, 농촌의 관행적 임대차 등은 일률적으로 처분하지 않기로 했다.

 

위반 사항을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는 자진정비 기간을 부여하고, 직접 정비가 어려운 경우 농지은행에 임대·관리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처분의무 부과를 유예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임차농 보호를 위한 임대차 특별정비기간도 11월 15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불법 전용 농지 가운데 중대한 위반이 아닌 경우에는 사후 양성화 기회를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당정은 처분 유예와 불법 전용 사후 추인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특별조치법을 연내 추진하고, 농촌 현실과 현행 농지제도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농지법 추가 개정도 병행하기로 했다.

 

농지은행의 농지 매입과 농지연금 관련 예산을 국회 심의 과정에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농식품부는 전수조사가 투기농지를 가려내는 동시에 실제 농지 소유·이용 실태를 파악해 농지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전수조사 초기부터 투기와 일반적인 위반을 구분한다는 원칙을 밝혀왔다며 선의의 농업인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농지 투기를 차단한다는 원칙과 고령화·임대차·상속 등 변화한 농촌 현실을 제도에 어떻게 함께 담아낼 것인가로 모아지고 있다.

 

경기지역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이날 ‘보완을 넘어선 농지법 재개정’을 요구한 가운데 정부·여당도 특별법 제정과 농지법 추가 개정에 착수하면서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농지 소유와 이용, 임대차·위탁경영, 농지은행 역할을 둘러싼 제도 개편의 범위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