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MNEWS 김교민 기자 | 민선 9기 첫 정기인사 연기를 둘러싸고 공무원노조와 경기도의회 야당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직접 인사를 미룬 이유를 설명하고 나섰다.
추 지사는 경기도의 재정 상태를 두 달째 들여다본 결과 기금 사용과 채권 발행은 물론 시·군 사무의 도 이관, ODA 사업과 해외사무소 운영, 과도한 민간위탁, 실·국 간 칸막이와 유사·중복 업무 등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재정·조직 운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예산 재조정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존 업무 담당자를 다른 자리로 이동시킬 수 없다며 인사 연기 방침을 재확인했다. 전날 홍은광 경기도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조직개편 우선’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번에는 추 지사가 직접 인사 연기의 배경과 향후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추 지사는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경기도 가계부를 인계받아 두 달째 점검 중”이라며 현재 도의 재정과 사업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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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부 열어보니 기금 끌어쓰고 채권 발행”… 기존 재정운용 직격
추 지사는 이날 경기도 재정 상황을 ‘가계부’에 빗대며 기존 재정운용에 대해 강도 높은 문제를 제기했다.
추 지사는 “가계부 수입란에는 용처가 분명히 정해진 따로 떼 놓은 목돈(기금)도 거의 다 끌어쓰고 채권도 발행해 다달이 이자가 쌓이는 빚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 전체 실·국이 살림 규모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수입 감소를 제대로 고려했는지를 확인했지만 “고려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위기의 원인을 단순히 세수 감소 등 외부 여건에서만 찾지 않고 기존 사업의 편성과 집행 방식, 조직 운영 전반까지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추 지사는 구체적인 사례도 직접 거론했다.
시·군 사무를 도가 가져와 예산을 사용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국가 사무인 ODA 사업, 해외 각지에 사무소를 두고 수백억원을 투입한 통상·외교 사업 등에서 자신이 납득하기 어려운 방만한 살림살이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다만 추 지사가 거론한 개별 사업의 구체적인 규모와 사업별 성과, 실제 재정위기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해서는 향후 별도의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 민간위탁·실국 칸막이도 직접 지적… “비슷한 일 중복하며 예산 낭비”
추 지사는 재정 문제와 함께 경기도 조직 내부의 업무 방식도 문제 삼았다.
할 수 있는 업무까지 상당 부분 민간에 위탁하면서 행정의 전문성과 책임성이 떨어지고 예산 낭비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추 지사의 판단이다.
특히 실·국과 부서 사이의 ‘칸막이’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추 지사는 이웃 실·국과 다른 과에서 어떤 업무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비슷한 업무를 중복해 추진하면서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경기도가 대변인 명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힌 ‘부서별 칸막이 행정, 유사·중복 업무, 관례적 업무 외부 위탁, 불필요한 용역 수행’보다 추 지사가 직접 문제의식을 보다 구체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앞서 경기도 관계자는 본지 취재에서 향후 조직개편과 관련해 “대규모 조직개편으로, 구조조정 형식이 될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전한 바 있다.
따라서 향후 조직개편이 단순한 부서 명칭 변경이나 일부 기능 조정이 아니라 유사·중복 기능 통합과 업무 재배치 등 조직 전반의 재설계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다만 구체적인 통폐합 대상과 조직·인력 조정 규모 등은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 “취임 열흘째 성과평가 후 인사 언급”… 공약도 빼고 기존 사업부터 진단
추 지사는 인사 연기가 최근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이 아니라 취임 초기부터 기존 사업에 대한 성과평가를 인사보다 먼저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추 지사는 “성과 평가를 한 후 인사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임을 취임 열흘째 날 간부회의에서 제가 말씀드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공약은 반영하지 말고 기존 예산이 어떻게 집행됐는지부터 점검하고 사업 성과를 진단해 계속 추진할지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내도록 실·국에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사업의 성과와 필요성을 먼저 평가한 뒤 예산과 조직을 재설계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인사를 실시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추 지사는 반면 반드시 필요한 안전 관련 예산이 충분히 투입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로에 파손이 발생해도 관리등급을 낮춰 제대로 보수하지 못할 정도로 안전 분야의 예산 운용이 미흡했다는 게 추 지사의 주장이다.
◆ “예산 재조정 끝날 때까지 누구도 자리 옮길 수 없어”
이번 입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추 지사가 하반기 인사를 미룬 이유를 직접적으로 밝힌 대목이다.
추 지사는 앞으로 급식예산 등 우선적으로 집행해야 할 예산을 중심으로 예산을 다시 편성하고, 이를 경기도의회에 설명해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예산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여러 단체에도 재정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예산 재조정 절차를 마칠 때까지 어느 누구도 하던 일을 두고 다른 자리로 옮길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 진단과 예산 재조정을 기존 업무 담당자가 마무리하도록 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인사를 실시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 연기는 단순히 조직개편 일정에 맞추기 위한 조정이라기보다 기존 사업의 성과평가와 예산 재조정, 조직 재설계를 하나의 과정으로 묶어 추진하려는 추 지사의 도정 운영 구상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사무 점검·재설계가 인사보다 먼저”… 조직개편도 예고
추 지사는 인사보다 재정과 사무의 재설계가 우선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재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사무의 점검과 재설계가 인사보다 선행될 수밖에 없다”며 “행정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조직 개편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경기도 살림을 담당해 온 공직자들에게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조직 점검과 재설계 과정에 대한 이해를 구하며 “서로 이 같은 문제를 공유하면서 위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인내와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추 지사가 직접 입장을 밝히면서 민선 9기 첫 정기인사를 둘러싼 논란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앞서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24일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부급 인사를 내년 1월로 미룬 데 대해 ‘반쪽 인사’라고 규정하며 정상적인 인사를 촉구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역시 같은 날 “재정 비상 선언에 이어 인사 올스톱까지 이어졌다”며 추 지사에게 ‘일방통행식 도정 운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경기도는 조직개편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추 지사가 직접 “예산 재조정 절차를 마칠 때까지” 인사를 미룰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제시하면서 기존 방침을 사실상 재확인했다. 이날 관련 보도들도 추 지사의 발언을 인사 연기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결국 쟁점은 인사를 먼저 정상화해야 한다는 공직사회의 요구와 재정·사업·조직을 먼저 재설계한 뒤 인사를 해야 한다는 추 지사의 판단 가운데 어느 쪽이 도정 안정과 재정위기 극복에 더 효과적인지로 옮겨가고 있다.
재정 비상 선언에서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으로, 다시 조직개편과 인사 연기로 이어진 민선 9기 경기도의 재정·조직 혁신이 실제 어떤 조직개편안과 새로운 인사원칙으로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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