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MNEWS 김교민 기자 | 공무원노조가 민선 9기 첫 정기인사를 ‘반쪽 인사’로 규정하며 추미애 경기도지사에게 정상적인 인사 단행을 촉구한 가운데, 경기도가 인사보다 조직개편이 먼저라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재정위기의 원인과 도정 업무 전반을 들여다본 결과 부서 간 칸막이 행정과 유사·중복 업무는 물론 관례적인 외부 위탁과 불필요한 용역 수행까지 다수 확인된 만큼, 기존 조직을 그대로 둔 채 인사부터 실시해서는 재정위기의 반복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경기도가 이번 인사 연기를 단순한 조직개편 일정의 문제가 아니라 재정위기에 대한 조직의 ‘책임’ 문제와 직접 연결하면서 향후 조직개편의 폭과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홍은광 경기도 대변인은 24일 ‘경기도 조직개편, 인사 시기 관련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경기도의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경공노)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도 인사파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하반기 정기인사의 조속한 정상화를 요구한 데 이어 나온 도 차원의 공식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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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재정위기 분석·실국 업무보고서 조직 비효율 다수 확인”
경기도가 밝힌 간부급 인사 연기의 핵심 배경은 민선 9기 출범 이후 진행해 온 재정위기 원인 분석과 실·국 업무보고 과정에서 드러난 조직 운영상의 문제다.
경기도는 서면 브리핑에서 “민선 9기 이후 경기도 재정위기 상황과 과정에 대한 분석, 각 실·국 업무보고 등을 진행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부서별 칸막이 행정을 극복하지 못하고, 유사·중복 업무, 관례적 업무 외부 위탁, 불필요한 용역 수행의 관행도 다수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세입 감소나 재정 여건 악화 등 외부 요인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도청 내부의 업무 방식과 조직 운영 전반까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점검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기도는 특히 조직의 책임도 강조했다.
도는 “경기도는 도민의 삶을 위한 책임과 역할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공조직”이라며 “강력한 조직혁신으로 조직의 뼈대와 체질을 바꾸고 누적된 재정위기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조직혁신 빠진 인사, 재정위기 반복 못 막아”… ‘선 조직개편·후 인사’
경기도는 이번 브리핑을 통해 사실상 ‘선 조직개편·후 인사’ 원칙을 분명히 했다.
특히 “조직혁신과 책임 의식이 빠진 인사는 재정위기의 반복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비효율적 조직을 개편하고, 공적 책임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 마련이 우선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의 조직 체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승진과 전보 중심의 정기인사를 먼저 실시할 경우 이후 조직개편 과정에서 다시 인사를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조직의 기능과 업무를 먼저 재설계한 뒤 이에 맞춰 인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조직개편안을 먼저 마련하고 이후 민선 9기의 새로운 인사원칙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도는 “조직개편안 마련 이후 민선 9기 인사원칙을 수립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는 구체적인 조직개편 규모나 대상 부서, 통폐합 범위, 민선 9기 인사원칙의 세부 내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경기도가 칸막이 행정과 유사·중복 업무, 관례적 외부 위탁, 불필요한 용역을 직접 문제로 지목한 만큼 향후 조직개편안에 이 같은 진단이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지가 주목된다.
◆ 노조 “반쪽 인사” 규탄하자 경기도 당일 공식 입장
이번 서면 브리핑은 공무원노조가 경기도의 하반기 정기인사 연기를 공개적으로 규탄한 당일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21일 내부 행정포털을 통해 하반기 정기인사 일정 변경을 공지했다.
이에 따라 부단체장과 실·국장, 과장급 등이 포함된 2~5급 간부급 인사는 내년 1월로 미뤄지고, 6급 이하 직원에 대해서는 승진·휴직 등에 따른 결원 보충 중심의 인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6급에서 5급으로의 승진도 보류됐다.
이에 경공노와 공노총은 2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에게만 희생과 인내를 강요하는 반쪽짜리 인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상적인 인사 시행을 요구했다.
노조는 특히 5급 이상 승진과 전보가 멈추면 상위 직급에서 발생해야 할 결원이 생기지 않아 6급 이하 직원들의 승진·전보 규모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올해 5급 승진예고자를 대상으로 예정된 사무관 교육도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교육 일정이 미뤄질 경우 내년 상반기 승진 임용과 보직 부여 일정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성남·시흥·광주·이천·양주·가평·포천 등 7개 시·군의 부단체장이 공석인 가운데 경기도 간부급 인사가 내년 1월로 미뤄지면서 일선 시·군의 부단체장 충원과 후속 인사에도 연쇄적인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노조는 ‘인사 정상화’, 경기도는 ‘조직개편 우선’… 쟁점 선명해져
경기도의 공식 입장이 나오면서 이번 인사 논란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도 보다 선명해졌다.
노조는 정상적인 정기인사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승진·전보 적체와 사무관 교육 차질, 일선 시·군 부단체장 공백 등 공직사회 전체에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조속한 인사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재정위기의 원인과 조직 운영의 비효율을 확인한 상황에서 기존 조직을 그대로 둔 채 인사부터 실시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인사를 먼저 정상화한 뒤 조직을 개편할 것인가’, 아니면 ‘조직개편을 먼저 마친 뒤 새로운 조직에 맞춰 인사를 할 것인가’가 이번 논란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경기도는 노조와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도는 서면 브리핑 말미에서 “이번 조치와 관련하여 노동조합 등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재정 구조조정에서 조직혁신으로… 추미애호 개혁 범위 확대
이번 경기도의 입장은 민선 9기 출범 이후 이어지고 있는 재정위기 대응이 단순한 예산 감액을 넘어 조직과 인사 전반의 개편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경기도는 앞서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한 뒤 1,300여 개 사업에서 5,465억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등 강도 높은 재정 정비에 착수했다.
여기에 이번 서면 브리핑을 통해 칸막이 행정과 유사·중복 업무, 관례적 외부 위탁, 불필요한 용역까지 직접 문제로 지목하면서 조직 운영 방식 자체를 손보겠다는 방향도 공식화했다.
특히 “조직의 뼈대와 체질을 바꾸겠다”는 표현까지 내놓은 만큼 이번 조직개편이 단순한 부서 명칭 변경이나 일부 기능 조정을 넘어 어느 수준까지 진행될지가 관심사다.
동시에 조직혁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승진·전보 지연과 시·군 부단체장 공백 등 현실적인 인사 문제를 어떻게 최소화할지도 과제로 남는다.
재정 비상에 따른 세출 구조조정에서 조직혁신과 새로운 인사원칙 수립으로 개혁의 범위를 넓히고 있는 추미애 경기도가 공직사회의 반발을 어떻게 조율하면서 조직개편을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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