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MNEWS 김교민 기자 | 국민의힘 경기여성정책기획위원회(위원장 최지원)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수사기관의 권한 조정 차원을 넘어 범죄피해자를 보호하고 수사 과정의 오류를 바로잡는 형사사법 안전장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제도적 보완을 촉구했다.
경기여성정책기획위원회는 14일 오전 10시30분 경기도의회 3층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검찰 수사권 폐지와 형사사법체계 개편이 범죄피해자에게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여성정책기획위원회는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여성·가족을 비롯한 주요 사회 현안과 관련한 정책 발굴과 제도 개선 등을 논의하는 위원회로, 여성과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와 관련한 정책토론회와 정책 활동 등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 겸 국민의힘 수원정 당협위원장을 비롯해 최지원 경기도의원, 금가현 수원특례시의원, 송지혜 시흥시의원, 주임록 광주시의원, 박은선 용인특례시의원, 최미영 광명시의원과 문금미·조만정·이유진 위원 등 경기여성정책기획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위원회는 "사법개혁의 진정한 기준은 검찰이나 경찰의 권한 크기가 아니라 범죄피해자가 이전보다 더 안전해졌는가에 있어야 한다"며 수사기관 사이의 견제와 재검토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는 '검찰수사권 전면폐지,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발제문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과 보완수사 기능이 사라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피해자 보호의 관점에서 제기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경찰이 초동수사를 담당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 검찰이 법률적 구성과 증거를 다시 검토해 부족한 부분을 직접 보완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형사절차가 운영돼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크게 축소된 상황에서도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공소를 유지하기 위한 기능으로 유지돼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검사가 송치사건에서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더라도 직접 보완하지 못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 사건을 다시 보내는 방식에 의존하게 되면 이른바 '사건 핑퐁'과 처리 지연이 구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판과 항소심 단계에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증거 보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종전에는 공소제기 이후에도 검사가 참고인을 조사하거나 감정·분석을 의뢰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소유지에 필요한 증거를 보완할 수 있었지만, 검사의 수사권 근거가 사라지면 추가적인 증거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재판부에 신청하는 것 외에는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죄 입증 책임은 여전히 검사에게 있는데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할 수단은 제거되는 것"이라며 "책임과 수단의 괴리는 결국 무죄율 상승과 실체적 진실 발견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것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현장에서는 실제 범죄사건을 사례로 들어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조만정 위원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초기 수사 이후 검찰 단계와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의 청바지 등에 대한 DNA 재감정이 이뤄지고 성폭력 목적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추가로 확보되면서 공소장이 변경된 점을 거론했다.
조 위원은 "1차 수사를 한 기관의 판단만으로 사건이 사실상 동결된다면 1차 수사에서 발생한 증거 누락이나 판단의 오류를 독립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수사 시스템의 안전장치인 검찰의 보완수사가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에 중대한 증거 누락이나 사실 판단의 오류가 발생했을 경우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과학수사 인프라의 향후 운영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 교수는 검찰의 증거 보완을 뒷받침해 온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와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법과학분석 기능 등이 디지털포렌식은 물론 성폭력·아동학대 사건 등에서 진술·심리분석을 수행해 왔다며 검찰 조직 개편 이후 해당 기능의 소속과 운영체계를 명확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범죄 유형에 따라 수사기관이 나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관할 문제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개편된 체계에서 부패·경제 등 일부 범죄와 고위공직자 범죄, 나머지 범죄의 수사기관이 달라지게 되면 일반 국민이 자신의 피해사건을 어느 기관에 고소·고발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관할을 잘못 판단할 경우 기관 사이 사건 이첩 과정에서 처리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권 조정 이후 제기돼 온 '사건 처리 대기시간' 문제가 더욱 심화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범죄피해자들이 직접 증거 확보에 나서야 하는 이른바 '피해구제의 민영화' 가능성도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위원회는 성폭력·가정폭력·스토킹·아동학대·장애인 대상 범죄 등은 피해자가 스스로 증거를 확보하고 수사기관에 대응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영역이라며 국가의 수사와 재검토 기능이 약화될수록 경제력에 따른 사법 접근성의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금미 위원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변호사를 통해 스스로 권리를 지킬 수 있지만 재력도 법률 지식도 없는 국민과 범죄피해자에게 국가 사법제도는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독재를 막겠다면서 그 권한을 경찰에 몰아주는 것이 어떻게 개혁이냐"며 "견제 없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유진 위원도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범죄 진상 규명과 약자 보호의 책무를 저버린 채 고통받는 피해자를 사지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이날 정부와 관계기관에 범죄피해자의 재수사 및 재검토 요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성폭력·가정폭력·스토킹·아동학대·장애인 대상 범죄 등 사회적 약자 사건에 대한 이중적 검토와 보호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또 보완수사권 변경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사 및 피해자 보호 공백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검찰 보완수사권을 원상복구할 것을 촉구했다.
경기도의회에는 1400만 도민의 사법적 권리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보완수사 제도 확보 촉구 결의안 추진을, 경기도에는 성범죄와 무고 등 수사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도민들이 신속하게 법률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지원 제도를 강화할 것을 각각 요구했다.
위원회는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검찰과 경찰의 권한이 아니라 국민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국가가 끝까지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는 믿음"이라며 "권력기관 중심이 아닌 범죄피해자가 이전보다 더 안전해지는 사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