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공직선거법이 아니라 헌법이야."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당락을 바꿀 정도의 중대한 위법이 아니라면 재선거는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방해, 투표함 훼손, 허위사실공표 등 다양한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 즉 국가가 투표용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민의 투표권 행사가 방해받고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가 중단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사실상 상정하고 있지 않다.
또한 오 시장의 주장처럼 공직선거법은 선거무효와 재선거에 대해 엄격한 요건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상적인 선거가 실시됐다는 전제 위에서 만들어진 법률 체계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됐고, 일부 유권자는 투표하지 못했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이미 헌법이 보장한 참정권 침해는 발생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공직선거법 조문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가 흔들린 것이다.
그렇다면 답 역시 공직선거법이 아니라 헌법에서 찾아야 한다.
1987년 6월항쟁의 결과로 탄생한 현행 헌법은 전문에서부터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가치를 선언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헌법 제10조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선거는 단순한 법률적 사무나 행정 절차가 아니다. 국민이 국가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가장 핵심적인 헌법 가치 실현 행위다.
국민 한 사람의 표는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니다. 국민주권이 행사되는 순간이며 민주공화국을 움직이는 출발점이다.
민주주의는 법률의 최소 기준만 충족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자신의 한 표가 존중받고 있다고 믿을 수 있을 때, 그리고 선거 과정과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과 사무처장도 책임을 통감하며 사퇴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선거 과정 전반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흔들렸음을 보여준다.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공원 일대와 전국 각지에서는 2030 청년들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를 외치고 있다.
그 외침의 본질은 특정 정당의 승패가 아니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훼손된 선거 신뢰와 상처 입은 국민주권, 그리고 참정권을 회복해 달라는 요구다.
국민에 대한 헌법 가치가 훼손되었을 때 이를 단지 법률 조문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헌법은 분명히 말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국민이 선거를 신뢰할 수 있도록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 규명, 그리고 국민주권과 참정권을 회복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헌법 전문이 밝힌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의 계승이며, 1987년 6월 시민들이 거리에서 지켜낸 민주주의 정신이다. 그리고 오늘날 대한민국 헌법이 국가와 정치권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책무다.
| KKMNEWS 김교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