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MNEWS 김교민 기자 | 6·3 지방선거 이후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단순한 선거관리 부실 논란을 넘어 민주주의와 참정권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전국 재선거와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전국 주요 대학 총학생회들도 6·10 민주항쟁 기념일에 맞춰 시국선언을 예고하면서 정치권과 대학가가 동시에 민주주의와 선거 신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1987년 6월항쟁 39주년을 맞는 해라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선거관리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의 본질과 국민 참정권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 있다.
장 대표는 9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참정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며 특검과 국정조사, 증거보전 절차, 전국 재선거 추진 등을 요구했다.
그는 투표용지 추가 송부 투표소가 전국 140곳에 이르고 실제 추가 용지가 사용된 투표소는 91곳, 투표가 중단된 투표소는 26곳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자유선거 원칙이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또 일부 지역 사전투표에서 후보 간 득표수가 동일하게 나온 사례를 언급하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문제 제기와 함께 대학가에서도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건국대·고려대·경희대·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숭실대·연세대·전남대·한국외대·홍익대 등 전국 12개 대학 총학생회는 10일 오후 각 대학 캠퍼스에서 동시 시국선언과 피켓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공동 입장을 통해 “참정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민주공화국의 출발점”이라며 “국민이 행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국가기관에 의해 침해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구조개혁 ▲청년과 시민이 참여하는 독립적 감시기구 설치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주목되는 점은 이들의 시국선언이 6·10 민주항쟁 기념일에 맞춰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1987년 6월 10일은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규탄 및 호헌철폐 국민대회’를 개최하며 전국적인 민주화 운동이 본격화된 날이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를 거부한 채 4·13 호헌조치를 발표했고 민주화 요구를 강경하게 억압했다.
그러나 서울대 학생 박종철 씨의 고문치사 사건과 연세대 학생 이한열 씨의 최루탄 피격 사건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분노는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결국 학생과 시민, 종교계와 노동계 등이 결집해 전국적인 민주화 운동을 전개했고, 연인원 500만 명 이상이 참여한 6월항쟁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수용한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대표위원의 6·29 선언을 이끌어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당시 시민들이 외쳤던 핵심 가치는 특정 후보의 당선이나 낙선이 아니었다. 국민이 주권자로서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라는 요구였다.
이번 지방선거를 둘러싼 논란 역시 결과 자체보다 선거 과정의 공정성과 신뢰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1987년 6월항쟁이 남긴 시대적 질문과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두 사건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1987년 6월항쟁은 군사정권 아래에서 대통령 직선제와 민주화를 요구한 국민 저항운동이었고, 현재 논란은 헌정질서 안에서 선거관리의 적정성과 제도 운영의 신뢰성을 둘러싼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어도 민주주의가 던지는 질문은 변하지 않았다.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표현되고 있는가. 그리고 국민은 그 선거 과정과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가.
정치권에서는 특검과 국정조사, 재선거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고, 대학가에서는 진상규명과 선관위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주장과 해법은 다를 수 있지만, 그 출발점에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 회복이라는 공통된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39년 전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쳤던 대학생들과 시민들의 함성이 다시 언급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의 힘은 단순히 투표를 실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그 과정과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시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을 권리와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2026년 6월, 전국 12개 대학 학생들은 참정권과 선거 신뢰 회복을 요구하며 다시 시국선언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공원 일대에서는 선거 과정에 대한 의문 제기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와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987년과 2026년의 시대적 상황은 분명 다르다.
그러나 국민이 자신의 한 표가 공정하게 행사되고 정확하게 집계되기를 바라는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남긴 가장 큰 과제는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넘어 국민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는 선거 시스템을 구축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39년 전 거리에서 외쳐졌던 민주주의의 가치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