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부동산뉴스 김교민 기자 | 대한민국 헌법 제92조에 근거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경기지역회의가 경기도청 광교 신청사 내 협소한 공간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공간 홀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평통은 통일정책 수립과 국민적 합의 형성을 위해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는 헌법기관이다. 그러나 경기지역회의 사무실은 약 30㎡(9~10평) 규모로, 부의장·간사·행정실장 등 최소 인원 좌석만 배치된 상태다. 별도의 회의 공간은 사실상 없어 운영위원회나 임원진 회의는 외부 공간 대관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최대 규모 자문위원을 둔 경기지역회의가 자체 회의실조차 확보하지 못한 현실은 헌법기관 지역조직의 최소 운영 기준이 마련돼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 금연구역 외부 재떨이 설치… 관리·예산 논란
논란은 공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해당 사무실이 위치한 경기융합타운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실내 지정 흡연실 외 공간에서의 흡연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그럼에도 4층 외부 공간에 재떨이 2개가 설치돼 사실상 야외 흡연 장소처럼 사용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인접 사무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여름철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기 어렵다”는 민원도 제기된다.
특히 해당 재떨이의 설치 주체와 예산 출처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관계자 통화 과정에서 “저희가 설치한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답변이 나왔으나 이후 “설치 주체를 확인하겠다”는 설명으로 번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공적 예산으로 금연구역 내 재떨이를 비치했다면, 이는 단순 관리 소홀을 넘어 공공 규범 준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지원할 수 있다’는 법 구조… 의무 아닌 임의 규정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은 지방자치단체가 민주평통 활동을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의무가 아닌 임의 규정이다.
결국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의 지역조직이 지자체의 행정적 판단과 재정 여건에 따라 운영 환경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경기도는 청사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회의시설 확보, 독립 홍보예산, 환경 관리 등 실질적 운영 여건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도지사 약속 있었는데”… 반복되는 구조적 한계
지난해 12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시군협의회장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도 공간 협소 문제가 공식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도지사는 “검토해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현장 실사가 진행됐지만 현재까지 공간 확충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경기도 측은 현실적 제약을 강조한다. 한 관계 공무원은 “광교 신청사 전체가 공간이 부족하다”며 “외부 공간을 임대할 경우 추가 예산 부담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평통 경기지역회의 측은 “운영위원과 행정 인력을 포함하면 40명 가까운 인원이 회의에 참석하는데, 정식 회의를 외부 식당에서 사비로 진행하는 구조는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 부족이 아니라 제도적 기준의 부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에 지원 근거는 존재하지만, 최소 운영 기준이나 지원 의무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은 법 구조가 반복되는 갈등의 배경이라는 평가다.
◆ 헌법기관 위상에 걸맞은 기준 필요
이번 사안은 단순한 사무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기관 지역조직에 대한 행정 인식과 지원 기준을 재점검해야 할 사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체적으로는 ▲ 헌법기관 지역조직 최소 운영 기준 부재 ▲ 금연구역 관리·감독 책임의 불명확성 ▲ 예산 집행의 적정성 검증 필요 ▲ 지자체 지원이 임의 규정에 머무르는 구조적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분석이다.
광교 신청사 운영의 최종 관리 주체는 경기도다. 중앙정부 소관 기관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헌법기관이 청사 내에서 정상적 기능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면 행정적 점검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민주평통 경기지역회의의 공간 배정 기준과 재떨이 설치 주체, 예산 출처, 금연구역 관리 책임 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헌법기관은 상징이 아니라 제도다. 제도의 권위는 공간과 운영, 그리고 관리 수준에서 드러난다. 이번 논란은 헌법기관 지역조직 운영 기준을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