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부동산뉴스 김교민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인 장동혁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언급하는 한편, 오는 3월 1일 당명 변경을 예고한 것은 결코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이는 선거 전략 차원의 선택을 넘어, 이 정당이 오랫동안 회피해 온 정체성의 공백이 표면화된 장면으로 읽힌다.
정당의 이름은 단순한 간판이 아니다.
그 이름에는 무엇을 대표하고, 어떤 가치를 공유하며, 어떤 역사와 책임 위에 서 있는지가 담겨야 한다. 특히 정당에서 ‘당(黨, Party)’이라는 개념은 정치적 신념과 이념을 공유한 사람들이 권력 획득과 정치적 이상 실현을 위해 조직된 공동체임을 분명히 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국민의힘’이라는 명칭에는 이 ‘당’의 개념이 희미하다.
‘국민’과 ‘힘’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만, 그것이 어떤 정치적 가치와 이념으로 조직된 정당인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명칭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를 정당이라기보다 느슨한 정치적 집합체로 규정해 온 결과에 가깝다.
이러한 공백은 영문명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국민의힘의 영문명 People Power Party를 직역하면 ‘국민힘당’이다. 이 명칭에는 보수, 자유, 책임, 국가관과 같은 정치적 가치 언어가 담겨 있지 않다. 정치적 이념과 정책 방향을 설명하기보다는, ‘국민’이라는 포괄적 집단과 ‘힘’이라는 추상적 에너지를 전면에 내세운 표현에 가깝다. 이는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 체계보다 대중적 동원과 권력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명명 방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영문명 Democratic Party of Korea는 ‘한국의 민주당’이라는 명확한 정치적 자기 규정을 담고 있다. 민주라는 가치, 국가 공동체 속에서의 위치, 그리고 정당으로서의 성격이 구조적으로 드러난다. 이름의 차이는 곧 정체성의 차이며, 이는 단순한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에 대한 자기 인식의 차이를 보여준다.
정당의 이름에서 ‘당’의 개념이 사라질 때 나타나는 결과는 분명하다.
역사를 계승하지 못하고, 성과와 한계를 함께 평가하지 못하며, 정통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대한민국 보수를 자임하면서도 역대 보수 대통령의 성과를 당당히 설명하지 못하고, 직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평가 대신 침묵과 회피가 반복된다. 그 결과 정치의 언어는 ‘계승’이 아니라 ‘거리두기’로 채워진다.
선거를 앞두고 거리두기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은 전략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앞서 “우리는 누구인가”, “무엇을 대표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 정당의 자기 고백에 가깝다. 정체성이 분명한 정당은 거리두기를 계산하지 않는다. 설명하고, 평가하며, 책임진다.
3월 1일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뿌리를 되새기는 날이다.
그날 당명을 바꾸겠다는 선택이 의미를 가지려면, 단어의 교체가 아니라 정치적 자기 규정이 먼저여야 한다. 이름만 바꾸고 ‘당’의 개념을 복원하지 않는다면, 당명 변경은 혁신이 아니라 또 하나의 회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단어의 조합이 아니다.
정당으로서의 정체성, 보수 정치의 계승과 책임, 그리고 ‘힘’이 아니라 ‘당’으로서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다.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어떤 이름을 선택하더라도 국민의힘은 ‘힘’은 있어도 ‘당’은 없는 정치에 머물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