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부동산뉴스 김교민 기자 | 2026년 6·3 지방선거를 불과 5개월여 앞둔 시점, 경기도지사 선거판에 예상치 못한 이름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출마 선언도, 조직적인 선거 행보도 없는 상태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지방 이전론’을 둘러싼 논란은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을 단숨에 경기도 정치의 중심 이슈로 끌어올렸다. 특정 인물이 의도적으로 정치 무대에 나선 것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을 둘러싼 갈등이 한 기초자치단체장을 광역 정치의 변수로 만들어낸 장면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출마 선언보다 먼저 형성되는 출마 서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식적인 정치 행보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특정 이슈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상일 시장은 이번 사안을 통해 단순한 기초자치단체장을 넘어, 경기도 전체를 상대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광역단위 정치 변수로서의 존재감을 분명히 각인시켰다.
◆ 반도체 국가산단 논란, 지역 이슈를 경기도(道) 단위로 확장시키다
이번 논란의 출발점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일부 정치권의 발언이었다. 이에 이상일 시장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주장을 “이미 1천조 원 규모의 투자가 확정되고 공정이 진행 중인 국가 전략 프로젝트를 흔드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목할 대목은 대응의 방향성이었다. 그는 문제를 ‘용인의 이익’에 한정하지 않고, 반도체 산업의 속도와 집적, 생태계 구축이라는 산업 논리를 앞세워 국가 경쟁력 차원의 사안으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메시지는 자연스럽게 경기도 전체는 물론 중앙정부와 여권을 향했고, 논쟁의 무대 역시 지역을 넘어 광역·국가 단위로 확장됐다.
◆ 출마 선언은 없었다... 그러나 질문은 정치로 향했다
31일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해 도민의 판단을 묻는 방식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물음이 제기됐다. 반도체 국가산단 논란이 행정 현안을 넘어 정치적 선택의 문제로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이에 대해 이상일 시장은 즉각적인 출마 선언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현 경기도지사의 책임과 리더십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질문의 초점을 출마 여부가 아닌 정치적 책임의 문제로 전환했다. “광 낼 때는 나서고, 곤란할 때는 침묵하는 태도로 다시 도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것은 정정당당하지 못하다”는 발언은, 단순한 출마 가능성을 넘어 차기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무엇이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하는지를 제시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출마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김동연 지사가 다시 출마할 경우 정치적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남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 반도체만이 아니었다... 경기남부광역철도에서 누적된 갈등
이상일 시장의 김동연 지사에 대한 비판은 반도체 국가산단 사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경기남부광역철도 추진 과정을 직접 거론하며, 특정 현안을 넘어 도정 운영 전반의 문제를 짚는 데까지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 시장의 설명에 따르면 경기남부광역철도는 2022년 말부터 성남·수원·화성·용인 등 남부권 지자체 간 논의를 통해 공론화됐고, 이후 경기도지사와의 협의 과정에서도 “공동으로 추진하고 중앙정부에 함께 건의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실제 추진 과정에서는 중앙정부를 향한 실질적인 건의나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일 시장의 주장이다.
이 시장은 “함께 논의하자고 해놓고, 정작 중요한 단계에서는 상의도 없이 다른 노선을 우선순위에 올렸다”며 “광역교통망처럼 지역 간 이해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에서조차 책임 있는 조정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단순한 정책 이견을 넘어, 현 도정이 주요 현안을 조율·관리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드러낸 대목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국가산단과 경기남부광역철도를 나란히 언급한 것은, 개별 사안이 아니라 리더십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묻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로 읽힌다.
◆ 반도체·교통·분도까지… 도정 전반으로 확장된 문제 제기
이상일 시장은 여기에 더해 경기 남‧북도 분도 문제까지 함께 거론했다. 그는 경기도의 구조적 비대화와 행정 효율성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음에도, 공론화 이후 도 차원의 명확한 입장 정리나 실행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국가산단, 경기남부광역철도, 경기 남‧북도 분도라는 서로 다른 사안을 한 자리에서 묶어 언급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개별 정책 비판을 넘어, 경기도 도정 전반의 방향성과 리더십 부재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제시한 발언”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와의 대비, 의도된 구도인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비교의 중심에 선 인물은 김동연 경기도지사다.
이상일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김 지사를 실명으로 거론하며, 반도체 국가산단 논란과 경기남부광역철도 추진 과정 모두에서 ‘침묵’과 ‘무대응’을 공통된 문제로 지적했다. 특정 사안에 대한 비판을 넘어, 도정 전반에서 드러난 리더십의 태도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실렸다.
정치적 함의는 비교적 분명하다. 이상일 시장은 스스로를 ‘대안 후보’로 직접 규정하지 않으면서도, 현직 도지사를 정책 결정 과정과 책임성, 리더십의 관점에서 평가 대상으로 끌어내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출마 선언 없이도 선거 구도를 형성하는 전형적인 정치적 방식으로, 현직의 행보를 먼저 검증의 무대에 올려놓는 효과를 낳는다.
특히 “그런 상태로 다시 출마한다면 도민의 엄정한 판단 대상이 될 것”이라는 발언은, 김동연 지사의 재출마 가능성을 전제로 한 사실상의 정치적 대결 구도를 암시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출마 여부에 대한 언급은 피했지만, 향후 선거 국면에서 피할 수 없는 비교와 평가가 시작됐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 정책형 시장의 부상, 정치형 도지사와의 대비
이상일 시장이 이번 국면에서 확보한 또 하나의 자산은 ‘정책형 리더’라는 이미지다.
반도체 클러스터 논쟁에서 그는 기업 투자 구조와 용적률, 산업 생태계의 집적 효과, 글로벌 반도체 경쟁 구도 등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사안을 풀어갔다. 경기남부광역철도 문제 역시 지역 간 이해관계의 충돌로 단순화하지 않고, 광역 교통 체계와 장기적 이동 전략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정치적 수사보다 정책적 언어로 도정을 설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평가는 곧 향후 선거 국면에서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기초단체장과 정치적 판단에 무게를 둔 현직 도지사 간 대비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상일 시장의 발언들이 출마 선언을 넘어, 이미 선거 담론의 프레임을 일부 선점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강점과 한계, 그리고 넘지 않은 선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이상일 시장은 아직까지 경기도지사 출마 의지를 공식화하지 않았고, 광역단위 조직이나 정치 연대 역시 가시화되지 않았다. 이는 동시에 전략적 여지이자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그는 분명히 하나의 선을 넘었다. 더 이상 ‘용인의 시장’이라는 지역적 호칭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정치적 위상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다. 반도체 국가산단과 광역교통, 행정구조 문제를 동시에 꺼내 들며 경기도 전체를 상대로 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 변수인가, 선택지인가
이상일 시장은 아직 선택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선언보다 위치다. 반도체 국가산단 지방 이전론과 경기남부광역철도, 경기 남‧북도 분도 문제 제기를 거치며 그는 스스로를 경기도 정치의 중심 좌표 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도체 지방 이전론이 반복적으로 불거질수록, 이를 방어하고 대응하는 이상일 시장의 행보가 경기도 전체를 대표하는 정치적 소명으로 확장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제 질문은 단순해진다.
“이상일이 출마할 것인가”가 아니라, “2026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이상일이라는 변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다.
이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의 이름은 경기도지사 선거판에서 계속 거론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