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와 풍속] 추분(秋分),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는 시간의 문턱 / 김교민 기자](http://www.kkmnews.com/data/photos/20250939/art_17586148993396_9bbdf4.jpg?iqs=0.18129438322893854)
케이부동산뉴스 김교민 기자 | 24절기 중 열여섯 번째 절기인 추분(秋分)은 양력 9월 23일 무렵, 음력으로는 8월 중순에 해당한다. 백로(白露)와 한로(寒露) 사이에 위치하며, 태양의 황경이 180도를 지날 때 찾아온다. 이날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시점'으로, 자연의 균형과 전환을 상징하는 의미 있는 절기다.
천문학적으로는 추분점을 기준으로 태양이 적도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하면서 '적도와 황도'를 동시에 가로지르는 순간이다. 즉, '적경·황경이 180도', '적위·황위가 모두 0도'가 되어 '천체상 균형의 순간'을 이룬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낮은 점점 짧아지고 밤은 길어지며, 자연스럽게 가을의 깊은 기운이 자리를 잡는다.
속담에도 “추분이 지나면 벼락이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는 말이 있다. 뜨거웠던 여름의 끝자락이 지나고, 자연은 조용히 추수와 휴식의 계절로 접어든다.
벼와 목화, 고추, 고구마순, 호박고지 등 가을걷이가 한창이며, 산나물을 말려 묵나물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는 추분에 국가 제례인 ‘노인성제(老人星祭)’를 지냈다. 장수를 상징하는 별에 제를 올리며 백성의 수명과 건강을 기원했던 것이다. 이는 추분이 단순한 농사의 절기를 넘어, 생명과 순환의 의미를 담은 시기였음을 보여준다.
추분은 농사 예측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추분에 부는 바람이 건조하면 이듬해 풍년,
작은 비가 내리면 길조, 날이 개면 흉조,
추분이 사일(社日)보다 앞이면 쌀이 귀하고, 뒤이면 풍년이라고 여겼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 겨울의 한파나 이듬해 태풍 가능성까지도 점쳤다. 농민들은 이 절기의 하늘과 땅의 징후를 유심히 살펴 다음 해를 준비했다.
기온 면에서는 낮과 밤의 길이는 같지만, 추분은 춘분보다 약 10도 정도 따뜻하다. 이는 여름의 열기가 아직 대지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아침저녁 기온차는 더 커지고, 서늘한 바람은 가을이 한껏 무르익었음을 알린다.
자연의 숨결과 인간의 삶이 맞닿은 이 시기.
추분은 여름을 온전히 떠나보내고, 가을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문턱이다. 햇살은 누그러지고 들판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며, 계절은 수확과 사색의 시간으로 접어든다.